영화 다음 소희는 정주리 감독이 연출하여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아미앵국제영화제, 그리고 도쿄필맥스영화제와 같은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이미 수상 받을 정도로 평단에 극찬을 받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 배두나와 칸의 샛별 김시은의 뜨거운 열연이 인상 깊을 정도로 감정연기도 훌륭한 영화이기도 하죠. 이 영화는 평범하고 꿈 많던 한 소녀가 어떻게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었는지 우리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아야 할 모두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 다음 소희 리뷰를 통해 어떤 영화인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다음 소희
Next Sohee, 2022
⎮한국 드라마⎮15↑⎮138분⎮92%⎮
제작 : 정주리 감독
출연 : 배두나, 김시은, 송요셉, 박윤희, 박우영 외
소희(김시은)는 모든 면에서 부족할 것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녀는 댄스 실력으로 잘 알려져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밝고 명랑한 소녀입니다. 그리고 이제 바라던 대기업 사무직 현장실습으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꿈도 있는 아이죠. 하지만 회사는 소희의 마음을 옭아 메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이란 허울을 보며 버틸 것을 강요하는 주위의 시선으로 인해 소희의 세상은 점점 좁아집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희는 점점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죠.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받는 18세 고등학생 소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선생님의 제안으로 대기업 현장실습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현장실습으로 들어간 콜센터는 기대했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며 인격 모독이 가장 심한 이른바 '욕받이' 부서에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원들은 회사의 성과와 보상 계획에 의해 압박당하고 있었죠. 더군다나 야근으로 초과근무를 해도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계약서에 명시된 것보다 낮은 월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콜센터의 관행에 대들 만큼 밝고 씩씩했던 소희는 어떻게 벼랑 끝에 서게 되었는 낱낱이 조명해 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김시은)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현실의 잘못을 부각하기 위해 단순히 과거의 사실적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두 개의 영화를 이어 붙인 것처럼 전반부과 후반부가 정확하게 나뉘어 있는 영화입니다. 즉 댄서를 꿈꿨던 소희가 콜센터에서 시달리는 상황이 전반부를 채운다면, 후반부는 소희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서 일어나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가장 끝에서 앞으로 역추적을 시작합니다. 관객들은 그들이 이전에 잘 알게 된 사건을 아무것도 모르는 관점에서 되짚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요. 학교와 기업, 교육 당국의 부당한 관행과 시스템을 짚어가던 유진은 소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어른들 태도에 분노하고 항변하고 있죠. 이러한 과정은 영화에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내게 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불행에 대한 영화가 아니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있어서는 안 될 시궁창 같은 또 다른 이면이 있음을 적나라하고 낱낱이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음 소희>는 생각에 그동안 억눌러 왔던 단어들을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확실한 어조로 말하려고 합니다. 유진의 속 시원한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 잠시동안은 쾌감을 느낄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좌절과 절망도 거의 순간적으로 일어나게 되죠. 여기저기 부딪치면서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유진의 발걸음도 시원해서 좋지만 동시에 씁쓸하며 우울합니다. 이렇게 영화 <다음 소희>는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그와 동시에, 영화가 단순히 전시물 관람하 듯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발버둥 쳐가며 묵직한 무언가를 전해 주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 현실을 다뤘던 기존 영화와 결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다음 소희>는 항상 아픈 부위를 더 잔인하게 찌르거나 어두운 이면을 더욱 어둡게 자극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감정 이입을 하거나, 굳이 따뜻한 필터로 감 싸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죠. 오로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합니다. 이러한 정공법은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추천하기에 적합하죠. 무엇보다 단 한 장면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의미가 있는 장면들은 오히려 많은 생각을 던져 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김시은, 배두나 등 연기자들의 감성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다음 소희>에서 소희 역을 맡은 배우 김시은은 오디션을 통해 소희 역에 발탁된 신인입니다. 그녀는 혼자서 영화의 절반을 커버하며 선배 배두나와 같은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켜주고 있어서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될 정도로 궁금해진 배우입니다. 그리고 tvN <비밀의 숲>과 영화 <브로커>의 성공에 이어 배두나가 경찰 역할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요. 그녀의 이전 작품에는 없었던 배두나의 경찰 연기가 무엇인지를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알게 해준 영화입니다.
작년, 이 영화는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제75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아미앵국제영화제, 그리고 도쿄필맥스영화제와 같은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소희>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지난 31일 언론시사회에서 지난 2016년 말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한 학생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실화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정주리 감독은 큰 분노와 함께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은 생각에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정주리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사건 전후의 일들을 알게 되면서 나 역시 그 일을 반복하도록 강요한 사회 전체의 일원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나도 몰랐던 사실, 몰랐던 죽음이 왜 계속 마음에 남고 왜 이야기해야만 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라면서 기획 의도를 설명해 주었죠.
이렇게 콜센터의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음 소희>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평단의 평가도 극찬을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미 개봉도 하기 전에 로튼토마토의 전문가 점수인 신선도는 92%이며, 옆동네 IMDb도 10점 만점에 7.5점을 받는 등 뛰어난 성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화에 담긴 이야기를 누군가는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통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2시간 1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흥미롭고 신선한 형식 덕분에 생각만큼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관을 나오며 자연스럽게 영화의 배경이 된 2016년 실화 사건을 찾아보게 하였으며, 영화 이름처럼 '다음'에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도 들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다음 소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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