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터는 것은 죄악이지만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더 심각한 죄악이다."라고 영화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이 문구는 영화 <맨 오브 액션>에서 주인공이 모든 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를 가장 잘 대변하는 문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엉성한 은행강도에서 전설적인 위조지폐범으로 불렸던 주인공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 <맨 오브 액션>의 리뷰를 스포없이 시작하겠습니다.
맨 오브 액션 (Man Of Action, 2022)
⎮사회이슈⎮15↑⎮111분⎮71%⎮
제작 : 자비에 루이스 칼데라, 파치 마메스쿠아
출연 : 후안 호세 발레스타, 리아 오프레이, 루이스 칼레조, 미키 에스파르베, 알렉상드르 블라지, 벤 템플, 외
무정부주의자 또는 아나키스트를 표방하는 루시오 우르투비아의 생애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 <맨 오브 액션>은 루시오(후안 호세 발레스타)가 세계 굴지의 대형 은행 중 하나를 표적으로 어떻게 위조 화폐 작전을 펼치게 되었는지 루시오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행적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감독은 <슈퍼로페스>, <위대한 코미디를 꿈꿨지>, <스파이타임 코드명:아나클레토>와 같은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맡았던 자비에 루이스 칼데라 감독인데요. 이번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스페인의 무정부주의자, 벽돌공, 은행강도, 위조화폐 범으로 살아왔던 루시오 우르투비아의 삶을 무겁지 않고 적당한 템포와 유쾌한 분위기를 담아낸 영화로 제작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의 오랜 세월을 담아내었는데요. 당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루시오는 '바쿠닌', '프루동', '크로폿킨'을 흠모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부정과 비판하면서 이들을 무너트리기 위해 은행을 상대로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과 같죠. 마치 풍차를 보고 괴물이라면서 달려들던 돈키호테처럼 무모하고 저돌적입니다. 다만 무모할 정도로 거대 은행을 상대로 달려들던 주인공 루시오의 행적에 대한 공감과 개연성이 부족해 약간은 아쉬웠지만 주인공 루시오의 삶을 가볍게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1962년 파리 공항에서 주인공 루시아(후안 호세 발레스타)와 그의 아내 아네(리아 오프레이)가 경찰들에게 발각되면서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위조화폐를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이 화폐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저돌적으로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모습을 슬로우 모션과 발랄한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요. 루시오가 단순히 벽돌공이 아니라 얼마나 영악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 첫 장면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20년 전으로 교차되고 루시오의 어린 시절을 따라갑니다.
루시오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 가난했습니다. 병든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선 돈을 구해야 했지만 루시오를 도와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자본주의 체제, 특히 은행에 대한 반감이 싹트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루시오는 성인이 되어 벽돌공으로 일을 하면서 아나키즘 집단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로 종교도 없고 국가도 없는 자유, 노동, 집단주의를 추구합니다. 또한 이들에게 돈은 부패와 권력을 낳는 인류 최대의 악으로 여기고 있죠. 때문에 권위를 거부하고 맞서 싸우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감독은 무정부주의의 당위성을 여러 장면에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경찰들이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이라든지 아나키즘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루시오는 자본주의에 대한 어릴 적 반감이 있어서 그런지 아나키즘 집단에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설득력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서 루시오는 이들과 함께 스타킹을 쓰고 은행을 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은행의 엉성하고 허술한 보안으로 너무나 손쉽게 범죄를 저지릅니다. 또한 이들을 뒤쫓는 경찰들을 보면 현란한 추격전이 아닌 바보 같은 경찰들의 모습으로 쉽게 따돌리는데요. 자본주의 상징에 있는 은행과 경찰의 바보같은 모습을 일부러 의도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그리고 아나키스트들이 훔친 돈은 노동자들에게 배분해 줌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웁니다. 마치 의열단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경찰들의 끈질긴 추척으로 여러 위기를 겪게 됩니다.
영화의 시대 배경이 1960년대에서 1970년대를 그리고 있는 만큼 당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와의 갈등이 여전했었죠. 그래서 루시오는 총칼을 앞세우는 직접적인 투쟁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나키즘을 알리기 위해 인쇄소를 우여곡절 끝에 갖게 되는데요. 이 인쇄소로 좀 더 진보된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즉 미국과 쿠바 사이의 심상치 않는 기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위조화폐를 찍어서 미국 자본주의와 거대은행 산업의 붕괴를 유도하려는 루시오의 고분고투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시대 반영에 대한 고증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오래되더라도 깊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건축물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자동차, 배우들의 복고풍의 의상, 그리고 소품들 하나하나가 당시 시대 배경을 잘 녹여내고 있어 몰임감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전개는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적당한 템포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사상에 대한 갈등과 대립도 무겁거나 진지하지도 않으며, 아나키스트의 고난도 심각하게 부각하지도 않죠. 오히려 보는 내내 유쾌, 상쾌하게 흘러갑니다. 어쩌면 사상이나 이념에 대한 공감, 또는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을 부각하기보단 그냥 루시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인생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맨 오브 액션>은 가볍게 팝콘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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